영어 학습
영작 하는 법 — 번역하지 않고 쓰는 영어

영어로 메일 한 통을 쓰는 데 40분이 걸립니다. 할 말은 세 문장인데, 한 문장을 쓰고 지우고 다시 쓰다가 결국 번역기를 켭니다. 그리고 번역기가 내놓은 문장을 보면서도 확신이 없습니다. 이게 맞는 표현인지, 너무 딱딱한지, 무례하게 들리지는 않는지 판단할 기준이 없기 때문입니다. 단어는 충분히 아는데 문장이 조립되지 않습니다.
영작이 안 되는 이유는 어휘량이 아닙니다. 순서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머릿속에서 한국어 문장을 완성한 다음, 그 문장을 영어로 옮기려 합니다. 그런데 완성된 한국어 문장은 한국어의 문법으로 조립된 물건입니다. 주어가 빠져 있고, 서술어 세 개가 ‘-는데’로 이어져 있고, 조사가 뜻의 절반을 떠맡고 있습니다. 그 문장과 1:1로 대응하는 영어 문장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번역이 막히는 게 아니라, 번역할 수 없는 문장을 번역하려다 막히는 것입니다. 이 글은 영작의 순서를 바꾸는 방법에 대한 글입니다.
영작은 번역이 아니라 선택입니다
원어민이 영어로 글을 쓸 때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은 번역이 아닙니다. 쓸 수 있는 문장 구조 몇 개 중에서 하나를 고르는 일입니다. 그 사람이 가진 구조가 200개라면 200개 중에서 고르고, 50개라면 50개 중에서 고릅니다. 중요한 것은 고를 수 있는 것 안에서만 고른다는 점입니다.
영작을 못하는 사람은 이 선택을 하지 않습니다. 한국어로 하고 싶은 말을 먼저 정하고, 그 말에 맞는 영어를 찾아내려 합니다. 방향이 반대입니다. 그래서 자기 실력으로는 절대 만들 수 없는 문장을 목표로 세워 두고, 매번 실패합니다.
구체적으로 보겠습니다. ‘어제 보내 주신 자료를 확인했는데, 3페이지 수치가 지난번 것과 달라서 혹시 업데이트된 버전이 따로 있는지 궁금합니다’라는 말을 하고 싶다고 합시다. 이 한국어 문장을 그대로 영어로 옮기려 하면 관계절 두 개와 간접의문문 하나를 동시에 처리해야 합니다. 중급 학습자가 즉석에서 만들 수 있는 문장이 아닙니다.
그런데 할 말의 내용은 세 조각입니다. 자료를 봤다. 3페이지 수치가 다르다. 최신 버전이 있는지 묻고 싶다. 이 세 조각을 각각 짧은 문장으로 쓰면 이렇게 됩니다.
- Thank you for the file.
- The numbers on page 3 look different from the last version.
- Could you check if there’s a newer file?
세 문장 모두 중학교 문법으로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원어민이 실제로 쓰는 메일에 훨씬 가깝습니다. 길고 공손한 한 문장이 아니라 짧고 명확한 세 문장이기 때문입니다. 영작 실력은 아는 단어의 수가 아니라 즉석에서 꺼낼 수 있는 문장 구조의 수입니다. 그리고 그 구조를 늘리는 일과, 지금 가진 구조로 할 말을 재구성하는 일은 서로 다른 작업입니다. 후자가 오늘 당장 가능합니다.
그래서 영작의 첫 단계는 영어를 찾는 것이 아니라 한국어를 쪼개는 것입니다. 하고 싶은 말을 한 조각에 하나의 사실만 담기도록 나눕니다. 그 다음에 조각마다 영어 문장을 하나씩 붙입니다. 번역이 아니라 조립입니다.
한국어에서 출발하면 반드시 깨지는 네 자리
한국어 문장을 그대로 밀고 나가면 거의 항상 같은 네 곳에서 사고가 납니다. 자기 글에서 이 네 가지만 확인해도 오류의 대부분이 걸러집니다.
1. 주어가 없습니다. 한국어는 주어를 생략해도 완전한 문장입니다. ‘어제 바빠서 못 갔어요’에는 주어가 하나도 없습니다. 영어는 주어 없는 문장을 만들 수 없습니다. 그래서 한국어에서 출발하면 주어 자리가 비어 있고, 사람들은 그 자리에 급하게 It을 넣습니다. It was busy so I couldn’t go. — 바쁜 것은 ‘It’이 아니라 내가 바빴습니다. I was busy, so I couldn’t go.가 맞습니다. 글을 쓰고 나서 모든 문장의 주어를 손가락으로 짚어 보십시오. 짚을 것이 없거나 It이 반복되면 그 문장은 한국어에서 끌려온 문장입니다.
2. 시제를 고르지 않았습니다. 한국어는 ‘-했다’ 하나로 어제 끝난 일과 지금까지 이어지는 일을 모두 표현합니다. ‘3년 동안 일했습니다’는 지금도 일하는 중일 수도, 그만둔 상태일 수도 있습니다. 영어는 선택을 강제합니다. I worked there for three years.는 끝난 일이고 I’ve worked here for three years.는 지금도 하는 일입니다. 영작에서는 한국어가 알려 주지 않는 이 정보를 내가 결정해야 합니다.
3. 조사를 전치사로 바꿨습니다. ‘에’를 in으로, ‘로’를 by로 환전하면 매번 틀립니다. 한국어 조사와 영어 전치사는 1:1이 아니고, 어느 쪽으로도 깔끔하게 나뉘지 않습니다. 이 문제는 범위가 넓어서 영어 전치사 쪽에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영작에서 기억할 것은 하나입니다 — 전치사는 한국어 조사를 보고 고르지 말고, 함께 쓰는 동사를 보고 고릅니다.
4. 문장이 끝나지 않습니다. 이것이 가장 큽니다. 한국어는 ‘-고’, ‘-서’, ‘-는데’, ‘-지만’으로 절을 무한히 이어 붙일 수 있고, 네 번 이어 붙여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영어로 같은 길이를 이어 붙이면 문장이 무너집니다. 그래서 한국인이 쓴 영어 문단은 접속사가 유독 많습니다. and, but, so, because가 한 문장에 세 개씩 들어갑니다.
그리고 여기서 한국인 영작의 전형적인 오류가 하나 나옵니다. ‘~때문에, 그래서 ~’를 그대로 옮긴 Because it rained, so we stayed home.입니다. 한국어는 원인과 결과를 양쪽에서 두 번 표시하지만, 영어는 한 번만 표시합니다. Because it rained, we stayed home. 또는 It rained, so we stayed home. 둘 중 하나입니다. 같은 이유로 Although ~, but ~도 틀립니다.

문장을 짧게 끊으면 오류의 절반이 사라집니다
영작에서 가장 효과가 빠른 기술은 문법 공부가 아닙니다. 문장을 짧게 쓰는 것입니다. 문장이 길어지면 틀릴 자리가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관계절을 하나 넣으면 관계대명사, 그 안의 동사 수일치, 시제, 어순이 한꺼번에 위험해집니다. 그 문장을 세 개로 쪼개면 위험 자리가 거의 사라집니다.
실제 예로 보겠습니다. 한국어 초고가 이렇다고 합시다.
‘제가 어제 회의에 참석했는데 사전에 자료를 못 받아서 준비를 제대로 못 했고, 그래서 결국 다음 주로 일정을 미루게 되었습니다.’
이것을 그대로 번역하면 대개 이런 문장이 나옵니다.
I attended the meeting yesterday but I couldn’t receive the material before so I couldn’t prepare well and so we postponed the schedule to next week.
문법적으로 완전히 틀린 곳은 두 군데뿐이지만(couldn’t receive와 so의 중복), 읽는 사람은 이 문장을 두 번 읽어야 합니다. 같은 내용을 끊으면 이렇게 됩니다.
I was at yesterday’s meeting. I hadn’t received the materials beforehand, so I wasn’t fully prepared. We’ve moved it to next week.
세 문장이 되자 오류가 사라졌을 뿐 아니라 각 문장이 무슨 일을 하는지가 분명해졌습니다. 첫 문장은 사실, 둘째는 이유, 셋째는 결과입니다. 그리고 hadn’t received라는 과거완료가 자연스럽게 들어갔습니다 — 짧은 문장에서는 시제 하나만 신경 쓰면 되니까 고를 여유가 생깁니다.
실용적인 기준을 드리겠습니다.
- 초고는 한 문장 15단어 이내로 씁니다. 세어 보라는 뜻이 아니라, 한 숨에 읽히지 않으면 끊으라는 뜻입니다.
- 한 문장에 접속사는 하나까지입니다. and나 but이 두 번 나오면 그 자리에서 마침표를 찍습니다.
- 한 문장에 하나의 사실만 담습니다. 사실이 둘이면 문장도 둘입니다.
- ‘-는데’를 영어로 옮기려 하지 마십시오. 한국어의 ‘-는데’는 대부분 아무 뜻도 없는 연결 장치입니다. 그 자리는 마침표입니다.
짧게 쓰는 것이 유치해 보일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영어권 비즈니스 글쓰기 지침은 거의 예외 없이 짧은 문장을 권합니다. 길고 복잡한 문장은 실력이 아니라 정리되지 않은 생각의 표시로 읽힙니다. 문장 단위로 표현을 쌓아 가는 훈련법은 영어 예문 쪽에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영작의 재료는 단어가 아니라 덩어리입니다
단어를 1만 개 외운 사람도 영작이 막힙니다. 단어는 문장의 재료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실제 재료는 틀입니다 — 빈칸이 있는 문장 구조, 즉 덩어리입니다.
예를 들어 ‘~인지 잘 모르겠다’를 말하고 싶을 때, 단어를 조합해 만들려 하면 I don’t know well whether... 같은 어색한 문장이 나옵니다. 그런데 I’m not sure whether ~라는 틀을 하나 가지고 있으면 빈칸만 바꿔 끝없이 씁니다.
영작에 실제로 자주 쓰이는 틀은 생각보다 적습니다. 글에서 반복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 의견 말하기, 이유 대기, 조건 걸기, 비교하기, 요청하기, 완충하기. 기능별로 하나씩만 확보하면 됩니다.
- 확신 조절 — I’m not sure whether ~ / It seems that ~ / As far as I know, ~
- 이유 — The reason is that ~ / This is mainly because ~
- 조건 — It depends on how ~ / If that’s the case, ~
- 부연·정정 — What I mean is ~ / To be more specific, ~
- 선호 — I’d rather ~ than ~ / I’d prefer to ~
- 완충한 요청 — Would it be possible to ~? / Could you let me know if ~?
- 불필요함 — There’s no need to ~
- 대조 — That said, ~ / Having said that, ~
이 여덟 개만 손에 붙어 있으면 메일과 메시지의 90%가 커버됩니다. 그리고 틀은 단어보다 훨씬 빨리 붙습니다 — 쓸 자리가 명확하기 때문입니다. 단어장에 whether를 적는 대신 I’m not sure whether it’s a good idea.를 통째로 적으십시오. 다음에 꺼낼 때 그대로 꺼내 쓸 수 있습니다.
그리고 틀을 모으는 가장 좋은 소스는 교재가 아니라 내가 받은 영어입니다. 받은 메일, 읽은 공지, 상대가 보낸 메시지에서 ‘이건 내가 못 만들었을 문장이다’ 싶은 것만 골라 적습니다. 이미 내 상황에서 쓰인 문장이므로 다음에 쓸 확률이 가장 높습니다.

한국인 영작에 가장 많이 나오는 오류 열 개
아래 열 개는 수준과 무관하게 반복됩니다. 틀려도 뜻이 통하기 때문에 교정될 기회가 없고, 그래서 10년이 지나도 그대로 남습니다. 자기 글에서 이 목록을 순서대로 검색해 보십시오.
- 1. 관사 누락. 가장 흔합니다. 한국어에 없는 범주라서 아예 안 보입니다. 기준은 단순합니다 — 셀 수 있는 단수 명사는 a나 the 없이 혼자 서지 못합니다. I sent email.은 틀리고 I sent an email. 또는 I sent the email.입니다.
- 2. 복수형 s 누락. I have two ticket. 한국어는 수를 표시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끝까지 빠집니다.
- 3. because와 so 중복. Because I was late, so I missed it. 둘 중 하나만 씁니다.
- 4. 수동태 과다. 한국어 ‘~되다’를 그대로 옮겨 The meeting was decided to be held.처럼 씁니다. We decided to hold the meeting.이 훨씬 자연스럽습니다. 주어를 사람으로 바꾸면 대부분 해결됩니다.
- 5. I think 남용. 한 문단에 세 번 들어갑니다. 의견임이 분명한 글에서는 한 번도 필요 없습니다. 빼면 문장이 단단해집니다.
- 6. almost의 오용. almost people은 틀립니다. most people 또는 almost all people입니다. almost는 명사를 바로 꾸미지 못합니다.
- 7. -ed와 -ing 혼동. I’m boring.은 ‘내가 지루한 사람이다’입니다. 지루함을 느끼는 쪽은 I’m bored.입니다. interested/interesting, confused/confusing도 같습니다.
- 8. 시간 표현의 전치사. in last week, on next Monday처럼 전치사를 더 붙입니다. last, next, this가 붙으면 전치사를 쓰지 않습니다.
- 9. 부사 위치. 한국어 어순대로 I yesterday went there.처럼 씁니다. 시간 표현은 문장 맨 앞이나 맨 뒤입니다.
- 10. 과도한 공손함. 한국어의 격식을 그대로 옮기면 I would like to kindly ask you to please check ~처럼 겹칩니다. 영어는 공손함을 단어가 아니라 구조로 표시합니다 — Could you check ~? 한 줄로 충분합니다.
이 중 1번과 2번은 논리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고쳐 쓰기 단계에서 명사만 따로 훑는 패스를 한 번 넣는 것이 가장 빠릅니다. 문법을 다시 공부하는 것보다 체크리스트를 돌리는 쪽이 효율적입니다. 회화에 실제로 필요한 문법만 추린 내용은 영어 문법 기초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고쳐 쓰기: 초고를 다듬는 다섯 번의 패스
영작을 잘하는 사람은 한 번에 잘 쓰는 사람이 아닙니다. 초고를 빨리 쓰고 여러 번 훑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한 번에 한 가지만 봅니다. 모든 것을 동시에 보려 하면 아무것도 못 고칩니다.
패스 1 — 길이. 긴 문장만 찾습니다. 한 숨에 읽히지 않는 문장에 마침표를 추가합니다. 접속사가 두 개 이상인 문장도 쪼갭니다. 이 패스 하나가 가장 큰 효과를 냅니다.
패스 2 — 주어와 동사. 모든 문장의 주어를 짚습니다. 주어가 없으면 넣고, It이 반복되면 사람이나 구체적인 사물로 바꿉니다. 그리고 동사 시제를 확인합니다 — 끝난 일인지 지금까지 이어지는 일인지만 결정하면 됩니다.
패스 3 — 명사. 명사만 훑습니다. 하나하나에 대해 a인지 the인지 복수인지 결정합니다. 지루하지만 이 패스가 한국인 영작 오류의 가장 큰 덩어리를 걷어냅니다.
패스 4 — 덜어내기. I think, very, really, actually, kindly를 찾아 대부분 지웁니다. 그리고 수동태를 능동태로 돌립니다. 보통 글이 20% 짧아지고 훨씬 선명해집니다.
패스 5 — 소리 내어 읽기. 눈으로 읽으면 뇌가 고쳐서 읽습니다. 입으로 읽으면 어색한 곳에서 혀가 걸립니다. 걸리는 자리를 표시하고 고칩니다. 이 패스는 영작과 말하기를 연결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혼자 쓸 수 있는 유용한 검증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역번역입니다. 내가 쓴 영어 문장을 번역기에 넣어 한국어로 돌려 보십시오. 돌아온 한국어가 내가 하려던 말과 다르면, 문장이 깨진 것입니다. 번역기에게 영어를 만들어 달라고 하면 실력이 늘지 않지만, 내가 쓴 영어를 검사하는 데 쓰면 꽤 정확한 거울이 됩니다.
다만 이 다섯 패스로 잡히지 않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문법은 맞는데 아무도 그렇게 말하지 않는 문장입니다. I will do my best to improve my English ability.는 어디도 틀리지 않았지만 원어민은 쓰지 않습니다. 이것은 체크리스트로 걸러지지 않고, 사람이 읽어 줘야 걸러집니다.

영작을 말하기로 연결하는 법
영작의 가장 큰 쓸모는 글이 아닙니다. 말하기의 슬로모션이라는 점입니다. 말할 때는 2초 안에 문장을 만들어야 하므로 내가 뭘 못 만드는지 알아챌 틈이 없습니다. 쓸 때는 시간이 있으니 막히는 지점이 그대로 보입니다. 그래서 영작은 말하기의 설계도를 그리는 작업입니다.
이 연결을 실제로 작동시키는 순서는 이렇습니다.
1. 쓴 것을 반드시 소리 내어 읽으십시오. 쓰기만 하고 끝내면 손에만 남고 입에는 남지 않습니다. 쓴 문장을 세 번 읽으면 그 구조가 말할 때 꺼내지는 상태로 넘어갑니다.
2. 분량보다 빈도입니다. 주말에 한 번 500단어를 쓰는 것보다 매일 세 문장을 쓰는 쪽이 훨씬 빠릅니다. 하루 세 문장으로 시작하는 구체적인 루틴은 영어 일기 쓰는 법에 30일 단위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3. 같은 내용을 두 번 쓰십시오. 오늘 쓴 세 문장을 내일 다시, 보지 않고 씁니다. 어제 막혔던 자리가 어디인지 정확히 드러납니다. 새 주제를 계속 늘리는 것보다 이 반복이 효율적입니다.
4. 그리고 사람에게 읽혀야 합니다. 이 단계가 빠지면 나머지 세 개의 효과가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관사 누락과 ‘문법은 맞지만 아무도 안 쓰는 문장’은 혼자서는 발견되지 않습니다. 둘 다 뜻이 통하기 때문입니다. CoffeeTalk에서 상대에게 짧은 글을 보내고 ‘틀린 것 말고, 어색한 것만 표시해 달라’고 부탁해 보십시오. 범위를 좁혀서 부탁하면 상대도 부담 없이 지적하고, 지적받은 패턴은 보통 두 번째에 사라집니다. 세 문장이면 상대에게도 부담이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기대치를 조정해 드리겠습니다. 영작은 ‘틀리지 않는 글’이 목표가 아닙니다. 상대가 한 번 읽고 이해하는 글이 목표입니다. 짧은 문장 다섯 개로 쓴 메일은 관사 하나가 빠져 있어도 제 일을 다 하고, 길고 복잡한 한 문장은 문법이 완벽해도 상대를 두 번 읽게 만듭니다. 영작에서 먼저 늘려야 하는 것은 정확성이 아니라 명료함입니다. 그리고 명료함은 오늘 당장, 문장을 끊는 것만으로 늘어납니다.
FAQ
영작이 왜 이렇게 어렵나요? 단어는 아는데 문장이 안 만들어집니다.
순서가 반대이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은 머릿속에서 한국어 문장을 완성한 다음 그것을 영어로 옮기려 합니다. 그런데 완성된 한국어 문장은 주어가 생략되고 서술어가 ‘-는데’로 이어진 한국어 전용 구조라서, 1:1로 대응하는 영어 문장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해결은 영어를 더 찾는 것이 아니라 한국어를 먼저 쪼개는 것입니다. 하고 싶은 말을 한 조각에 한 가지 사실만 담기도록 나누고, 조각마다 짧은 영어 문장을 하나씩 붙이면 중학교 문법으로도 대부분 쓸 수 있습니다.
영작할 때 번역기를 쓰면 안 되나요?
만드는 데 쓰면 실력이 늘지 않지만, 검사하는 데 쓰면 유용합니다. 번역기에게 영어를 만들어 달라고 하면 내가 못 만드는 문장을 계속 받게 되므로 꺼낼 수 있는 구조가 늘지 않습니다. 반대로 내가 쓴 영어를 번역기에 넣어 한국어로 돌려 보는 역번역은 꽤 정확한 거울입니다. 돌아온 한국어가 하려던 말과 다르면 문장이 깨진 것입니다. 초고는 직접 쓰고, 검증에만 쓰는 방식을 권합니다.
영작에서 한국인이 가장 많이 틀리는 것은 무엇인가요?
관사와 복수형입니다. 한국어에 없는 범주라서 아예 눈에 보이지 않고, 틀려도 뜻이 통해서 교정될 기회가 없습니다. 셀 수 있는 단수 명사는 a나 the 없이 혼자 설 수 없다는 것만 기억하고, 고쳐 쓸 때 명사만 따로 훑는 패스를 한 번 넣으십시오. 그 다음으로 많은 것은 ‘Because ~, so ~’처럼 원인과 결과를 두 번 표시하는 것, 그리고 ‘~되다’를 그대로 옮긴 과도한 수동태입니다.
문장을 짧게 쓰면 실력이 없어 보이지 않을까요?
반대입니다. 영어권 비즈니스 글쓰기 지침은 거의 예외 없이 짧은 문장을 권하고, 길고 복잡한 문장은 실력이 아니라 정리되지 않은 생각의 표시로 읽힙니다. 문장이 길어지면 관계대명사, 수일치, 시제, 어순이 한꺼번에 위험해지므로 틀릴 확률만 올라갑니다. 초고는 한 문장 15단어 이내, 접속사는 한 문장에 하나까지를 기준으로 삼으십시오. 같은 내용을 세 문장으로 끊으면 오류가 줄고 읽는 사람도 한 번에 이해합니다.
영작 연습은 하루에 얼마나 하는 게 좋나요?
분량보다 빈도가 중요합니다. 주말에 500단어를 한 번 쓰는 것보다 매일 세 문장을 쓰는 쪽이 훨씬 빠릅니다. 그리고 쓴 문장은 반드시 소리 내어 세 번 읽으십시오. 읽지 않으면 손에만 남고 입에는 남지 않습니다. 여기에 같은 내용을 다음 날 보지 않고 다시 쓰는 반복을 더하면 막히는 자리가 정확히 드러납니다. 마지막으로 짧은 글이라도 사람에게 읽히고 ‘어색한 곳만’ 표시받는 과정이 있어야 혼자서는 발견되지 않는 오류가 걸러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