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표현
영어 존댓말은 있을까? — 어미 대신 문장으로 공손하게 말하는 법

“영어는 존댓말이 없어서 편하잖아.” 영어를 배우는 한국인이라면 한 번쯤 들어 본 말입니다. 그런데 막상 외국인 상사에게 메일을 쓰거나, 처음 만난 사람에게 부탁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이상하게 문장이 안 나옵니다. Give me the file. 은 너무 무례한 것 같고, Please give me the file. 도 어딘가 명령 같습니다. 영어 존댓말은 분명히 있습니다. 다만 한국어처럼 어미에 붙어 있지 않아서 눈에 잘 안 보일 뿐입니다.
이 글은 영어가 공손함을 어디에 담는지를 정리합니다. 한국어의 존댓말 어미가 하는 일을 영어에서는 무엇이 대신하는지, 명령에서 부탁까지 이어지는 공손함의 사다리, could와 would와 과거형이 왜 더 공손하게 들리는지, 상대를 뭐라고 불러야 하는지, 그리고 한국인이 영어로 말할 때 의도와 다르게 무례해지는 지점들을 순서대로 다룹니다.
영어 존댓말은 어미가 아니라 세 군데에 숨어 있다
한국어는 공손함을 대부분 문장 끝에서 처리합니다. ‘가’, ‘가요’, ‘가세요’, ‘가십니다’처럼 어미만 바꾸면 같은 내용이 네 단계의 존중을 갖게 됩니다. 영어에는 이런 장치가 없습니다. 대신 공손함이 세 군데로 흩어져 있습니다.
- 문장 구조. 명령문 대신 질문으로 바꿉니다. Send it. → Can you send it? 영어에서 가장 큰 존중의 차이는 여기서 생깁니다.
- 조동사와 시제. can보다 could, will보다 would, 현재형보다 과거형이 더 공손합니다. I wanted to ask… 는 지금 묻고 있는데도 과거형을 씁니다.
- 완충 표현. just, a bit, when you get a chance, if that’s okay 같은 말들이 요청의 무게를 덜어 줍니다. 한국어의 ‘혹시’, ‘잠깐만’, ‘-도 될까요’와 비슷한 역할입니다.
그래서 영어로 공손하게 말하려면 ‘존댓말 단어’를 찾는 대신 문장의 모양을 바꾸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같은 부탁도 Help me. 와 Would you mind helping me with this? 사이에는 한국어의 ‘도와’와 ‘도와주시겠어요?’만큼의 거리가 있습니다. 단어가 아니라 구조가 그 거리를 만듭니다.
한 가지 더. 한국어에서는 누구와 말하는지에 따라 어미가 반드시 바뀌지만, 영어에서는 친구에게도 상사에게도 Could you…? 를 쓸 수 있습니다. 영어의 공손함은 상대의 지위보다 부탁의 크기에 더 크게 반응합니다. 친구에게도 큰 부탁이면 공손하게, 상사에게도 사소한 일이면 가볍게 말합니다.

명령에서 부탁까지: 영어 공손함의 사다리
같은 요청을 공손함 순서대로 늘어놓으면 영어 존댓말의 구조가 한눈에 보입니다. 창문을 열어 달라는 부탁으로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 Open the window. — 명령. 가족이나 아주 친한 친구 사이, 또는 급한 상황에서만 씁니다.
- Open the window, please. — 여전히 명령입니다. please를 붙여도 구조는 그대로라서 생각보다 딱딱하게 들립니다.
- Can you open the window? — 일상의 기본값. 친구, 동료, 가족에게 가장 흔히 씁니다. 한국어의 ‘-해 줄래?’, ‘-해 줄 수 있어요?’ 정도.
- Could you open the window? — 한 단계 공손합니다. 처음 보는 사람, 직장, 서비스 상황에서 가장 안전합니다.
- Would you mind opening the window? — 상대가 거절할 여지를 열어 둡니다. 대답이 No, not at all(‘전혀 괜찮아요’)이라는 점에 주의하세요.
- I was wondering if you could open the window. — 가장 조심스러운 형태. 윗사람에게 부담이 되는 부탁을 할 때, 이메일에서 많이 씁니다.
한국어로 치면 1번은 ‘열어’, 4번은 ‘열어 주시겠어요?’, 6번은 ‘혹시 열어 주실 수 있을까 해서요’에 가깝습니다. 중요한 건 매번 6번을 쓰는 게 정답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동료에게 펜 하나 빌리면서 6번을 쓰면 과하게 격식을 차리는 것처럼, 혹은 비꼬는 것처럼 들립니다.
실전에서는 3번과 4번 두 개만 확실히 써도 대부분의 상황이 해결됩니다. 친한 사이와 작은 부탁엔 Can you…?, 그 외에는 Could you…?. 나머지는 부탁이 클 때 꺼내는 카드입니다.

could, would, 과거형이 공손하게 들리는 이유
문법 시간에 could는 can의 과거형이라고 배웠습니다. 그런데 Could you help me? 는 과거 이야기가 아닙니다. 영어에서 과거형과 가정형은 거리를 만드는 도구입니다. 시간상의 거리를 심리적 거리로 빌려 쓰는 것이고, 그 거리가 상대에게 ‘거절해도 괜찮다’는 공간을 줍니다.
자주 쓰는 패턴은 다음과 같습니다.
- I wanted to ask you something. — 지금 묻고 있지만 과거형. I want to ask보다 부드럽습니다.
- I was hoping you could take a look. — 바라는 마음을 과거 진행형으로 한 번 더 감쌉니다.
- Would it be possible to move the meeting? — 상대가 아니라 ‘가능성’을 주어로 삼아서 부담을 줄입니다.
- It might be better to check first. — 의견을 말할 때 might로 단정을 피합니다. You should check first는 훈계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 I’d like a coffee, please. — 주문할 때 I want 대신. I’d는 I would의 줄임입니다.
의견을 반대할 때도 같은 원리가 작동합니다. That’s wrong. 은 한국어의 반말만큼 직접적입니다. I’m not sure that’s right, I see it a bit differently, Could we look at this another way? 처럼 말하면 내용은 똑같이 반대인데 관계가 상하지 않습니다.
한국어 화자에게 이 부분이 어려운 이유는, 한국어에서는 어미만 높이면 내용은 직설적이어도 괜찮기 때문입니다. ‘부장님, 그건 틀린 것 같습니다’는 존댓말이라 무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영어로 Sir, that is wrong. 이라고 하면 sir가 있어도 여전히 날카롭습니다. 영어에서는 내용을 말하는 방식 자체가 존댓말입니다.
선생님, 부장님은 영어로? 호칭과 이름 부르기
한국어 존댓말의 큰 축은 호칭입니다. 부장님, 선생님, 선배님처럼 직함에 ‘님’을 붙여 부르고, 윗사람의 이름은 거의 부르지 않습니다. 영어는 정반대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이름을 부르는 것이 기본이고, 그게 무례하지 않습니다.
- 직장. 상사도, 대표도 보통 이름으로 부릅니다. 처음에 어색하면 What should I call you? 라고 물어보면 됩니다. 대부분 Just call me Mike라는 답이 돌아옵니다.
- Mr. / Ms. + 성. 격식 있는 첫 연락, 고객, 학부모와 교사 사이에 씁니다. 반드시 성에 붙입니다. Mr. Mike는 틀린 표현입니다. 결혼 여부를 모르면 Ms.가 기본입니다.
- Dr. / Professor + 성. 학계와 병원에서는 여전히 중요합니다. 교수가 먼저 이름을 부르라고 하기 전까지는 직함을 쓰세요.
- Sir / Ma’am. 이름을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 때, 서비스 상황, 미국 남부나 군대. 일반 사무실에서 동료에게 계속 쓰면 오히려 거리감을 줍니다.
- Teacher. 한국에서는 원어민 강사를 ‘Teacher’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지만, 영어권에서 Teacher를 호칭으로 쓰지는 않습니다. Ms. Kim이나 이름을 씁니다.
‘You’도 한국어와 다르게 작동합니다. 한국어에서 ‘당신’이나 ‘너’는 조심해야 하는 단어지만, 영어의 you는 대통령에게도 쓰는 완전히 중립적인 단어입니다. you를 피하려고 ‘Could the manager check this?’처럼 3인칭으로 돌려 말하면 오히려 이상하게 들립니다. 존중은 호칭이 아니라 앞에서 본 문장 구조로 표현하면 됩니다.

너무 공손해서 오히려 어색한 경우
존댓말에 익숙한 한국인은 영어에서 공손함이 부족할까 봐 걱정하지만, 실제로는 지나친 공손함이 문제가 되는 경우도 꽤 많습니다.
- 친구 사이의 Would you mind. 친구에게 Would you mind passing the salt? 라고 하면 농담이거나 화가 난 것처럼 들립니다. Can you pass the salt? 면 충분합니다.
- 이메일마다 Dear Sir or Madam. 이름을 아는 상대에게는 Hi Sarah, 가 자연스럽습니다. 오래된 편지 서식은 요즘 업무 메일에서 차갑고 기계적으로 읽힙니다.
- Sorry to bother you를 매 문장에. 한 번이면 공손하고, 세 번이면 불안해 보입니다. 사과보다 Thanks for your help 같은 감사 표현이 더 긍정적으로 전달됩니다.
- 상대가 이름을 부르라고 했는데 계속 Mr.를 쓰기. 한국어에서 ‘말 놓자’를 거절하는 것과 비슷한 신호가 됩니다. 한 번 허락받았으면 이름으로 바꾸세요.
- 평범한 대화에 격식체 단어. I would like to inform you that I am hungry. 처럼 문어체 표현을 일상 대화에 쓰면 딱딱하다 못해 웃기게 들립니다.
영어에서도 한국어와 마찬가지로 공손함은 거리를 뜻합니다. 가까워진 사이에서 계속 격식을 유지하면 ‘아직 선을 긋고 있다’는 메시지가 됩니다. 상대가 편하게 말하기 시작하면 한 단계 내려가는 것이 예의입니다.
한국인이 영어로 말할 때 의도치 않게 무례해지는 순간
문법은 맞는데 상대 표정이 굳는 문장들입니다. 대부분 한국어 문장을 그대로 옮기면서 생깁니다.
- “Please give me…” please가 존댓말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명령문에 붙이면 여전히 지시입니다. 가게에서는 Can I get…? 이나 I’d like… 가 훨씬 자연스럽습니다.
- “You must…” / “You have to…” 한국어의 ‘-하셔야 합니다’는 안내에 가깝지만 영어의 You must는 강한 명령입니다. You might want to…, It’d be good to… 로 바꾸세요.
- “What is your name?” 틀리진 않지만 서류 심사처럼 들립니다. Sorry, what was your name? 또는 Can I get your name? 이 부드럽습니다.
- “I want…”로 요청하기. I want the report by Friday. 는 상사가 부하에게 하는 말처럼 들립니다. Would it be possible to get the report by Friday?
- “Why?” 한 단어로 묻기. 한국어의 ‘왜요?’는 순수한 궁금증일 수 있지만, 영어의 짧은 Why? 는 따지는 것처럼 들릴 때가 많습니다. Can I ask why? 나 What’s the reason for that? 이 안전합니다.
- 감사와 사과를 생략하기. 한국어에서는 어미가 존중을 대신하니 ‘감사합니다’를 덜 말해도 되지만, 영어에서는 thanks와 sorry가 존댓말 어미 역할을 합니다. 작은 일에도 붙이는 게 기본입니다.
- “OK.” 한 단어로 답하기. 메신저에서 특히 차갑게 읽힙니다. Sounds good, thanks! 처럼 한 마디만 더 붙여도 온도가 달라집니다.
실제 대화에서 연습하는 법
영어 존댓말이 어려운 이유는 규칙이 많아서가 아니라 한국어와 신호가 반대 방향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어에서 공손함을 만드는 장치(호칭, 어미)는 영어에서 거의 작동하지 않고, 영어의 장치(질문형, 과거형, 완충 표현)는 한국어 화자에게 ‘빙빙 돌려 말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이해만으로는 안 되고, 입에 붙여야 합니다.
- 명령문을 질문으로 바꾸는 연습. 오늘 한국어로 한 부탁 다섯 개를 골라 Can you…? 와 Could you…? 두 버전으로 말해 봅니다.
- 이메일 첫 문장 세 개 저장해 두기. I was wondering if…, Would it be possible to…, Could you let me know…. 이 세 개로 업무 메일의 요청은 거의 다 해결됩니다.
- 반대 의견 한 문장 준비하기. I see your point, but… 하나만 자동으로 나와도 회의와 토론이 훨씬 편해집니다.
그리고 실제로 사람에게 써 봐야 합니다. 공손함은 상대 반응으로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내 Could you…? 가 적당했는지, Would you mind…? 가 과했는지는 혼자서는 알 수 없습니다. CoffeeTalk은 짧은 대화로 원어민과 연결해 주는 앱인데, 대화 끝에 Did anything I said sound too direct or too formal? 라고 한 번만 물어봐도 교재에서 찾기 힘든 피드백을 얻을 수 있습니다. 주제를 직장이나 여행으로 정하면 부탁하고 거절하는 문장이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호칭 문제는 선배·후배를 영어로 말하는 법에서, 감사 표현은 영어로 감사 인사 하는 법에서, 회사에서 쓰는 격식 있는 문장은 영어 면접 표현에서 더 자세히 다뤘습니다.

FAQ
영어에도 존댓말이 있나요?
있습니다. 한국어처럼 어미로 표시하지 않을 뿐입니다. 영어는 명령문 대신 질문형(Can you...? Could you...?), 조동사와 과거형(would, could, I was wondering), just나 when you get a chance 같은 완충 표현으로 공손함을 나타냅니다.
please만 붙이면 공손한 영어가 되나요?
아닙니다. Please give me the file 은 여전히 명령문이라 지시처럼 들립니다. Could you send me the file? 처럼 질문형으로 바꾸는 것이 please를 붙이는 것보다 훨씬 공손합니다. please는 질문형에 함께 붙일 때 가장 자연스럽습니다.
can you와 could you는 어떻게 다른가요?
Could you가 한 단계 더 공손합니다. 친구나 가까운 동료에게 작은 부탁을 할 때는 Can you, 처음 만난 사람이나 직장, 서비스 상황에서는 Could you가 안전합니다. 더 큰 부탁이라면 Would you mind...? 나 I was wondering if you could... 를 씁니다.
영어로 상사나 교수님을 이름으로 불러도 되나요?
영어권 직장에서는 상사도 대부분 이름으로 부릅니다. 처음에는 What should I call you? 라고 물어보면 됩니다. 교수나 의사는 Professor Kim, Dr. Lee처럼 직함과 성을 쓰다가 상대가 이름을 부르라고 하면 바꾸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Mr.나 Ms.는 이름에 붙이나요, 성에 붙이나요?
반드시 성에 붙입니다. Mr. Smith, Ms. Kim이 맞고 Mr. John은 틀린 표현입니다. 여성의 결혼 여부를 모를 때는 Ms.를 쓰는 것이 기본입니다.